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는 한국 자동차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무역 협정,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의 주요 변화, 한국 자동차 수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관세 정책 변화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정권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며, 특히 제조업 보호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내 고용과 산업 기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차량에 대한 규제는 항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입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압박했습니다. 한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일부 면제를 받았지만,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상당한 긴장을 불러왔습니다. 이 시기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내 점유율 유지를 위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관세 부과보다는 기후변화 대응, 전기차 확산,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라는 새로운 비관세 장벽이 등장하며,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IRA는 미국 내에서 조립되고,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 원재료를 사용한 전기차에 한해 세액공제(보조금)를 제공합니다. 이는 한국에서 제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일 제품이라도 미국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제한은 실질적인 수출 장벽이 되어 관세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관세 및 IRA가 한국 자동차 수출에 미치는 영향
2023년 기준, 한국은 약 280만 대의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5%가 미국 시장으로 향합니다. 특히 SUV와 전기차 부문에서 미국 내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IRA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미국 내 생산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시장 다변화 지연: 미국 시장 비중이 높다 보니, 단일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관세나 법규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큽니다.
- 현지 생산 압력 증가: IRA와 같은 정책은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설립하거나 생산 비중을 현지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 부품 및 배터리 공급망 변화: IRA는 배터리 원자재 및 부품의 원산지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및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로 공급망을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과 생산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생산 체계 재정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응 전략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관세 및 IRA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 중입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 및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약 74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건설 중입니다. 이 공장은 2025년부터 아이오닉, EV 시리즈 등 주요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며, 미국 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기아 역시 기존 조지아 공장의 활용도를 높여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LG에너지설루션, SK온, 삼성 SDI 등과 협력하여 미국 내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IRA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서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이는 향후 유럽과 동남아 지역 진출 시에도 유리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IRA의 차별 요소에 대해 미국과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정부와 협력하여 FTA 해석, WTO 제소 가능성 검토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급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고도화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결론
미국의 관세 정책과 IRA는 단순한 세율 문제를 넘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전략, 생산 구조, 부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국 현지화, 배터리 협력,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치, 환경, 기술의 급변 속에서 유연한 전략 수립과 정부-기업 간 협력이 이어진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