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친환경차 산업은 이제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한국과 유럽은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양축으로 부상하며, 서로 다른 전략과 정책,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과 유럽의 친환경차 산업을 전략, 정책, 기업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국가 전략의 차이
한국과 유럽은 모두 친환경차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국가 차원의 전략은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은 비교적 빠른 기술 내재화와 수출 주도형 산업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30 미래차 전략', '전기차 450만 대 보급 계획' 등 보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단순한 차량 보급을 넘어서, 배터리 원료 채굴부터 재활용,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전환까지 포괄하는 '친환경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빠른 전기차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플랫폼 전환(E-GMP), 배터리 기술 내재화, 글로벌 수출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모터·소프트웨어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개별 국가별로도 차별화된 전략을 펼칩니다. 독일은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 프랑스는 대중형 EV 보급, 북유럽 국가들은 극단적인 내연기관 퇴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공동으로 시행하며, 국가 간 통합된 친환경차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민간 중심의 기술 상용화 속도에 방점을 두는 반면, 유럽은 국가와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 기반 전략에 강점을 보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에서 유럽이 더 구조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책과 규제
정책 측면에서 한국과 유럽은 공통적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구축, 탄소배출 저감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행 방식과 강도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정책은 ‘보조금과 인센티브’ 중심입니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추가 인센티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전용 번호판,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규제와 탄소가격’ 중심의 접근을 취합니다. EU는 2025년까지 CO₂ 평균 배출량을 km당 95g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제조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각 국가들도 자동차 제조사에 강제적인 배출 기준을 적용하며, 소비자보다는 생산자를 중심으로 책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REACH, RoHS 등의 환경 관련 규제와 함께, 배터리 생산 및 폐기와 관련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 보급을 넘어, 전체 수명 주기에 걸친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규제보다는 시장 유도형 접근에 가깝습니다.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민간의 자율적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이며, 결과적으로 빠른 기술 확산과 수출 확대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탄소중립 실현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차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뿐 아니라 기업의 기술 방향성과 ESG 평가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요 기업의 경쟁력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은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기아 EV6 등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2024년 현재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입니다. 또한, 수소전기차 넥쏘를 비롯해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개발하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LG에너지설루션, SK온, 삼성 SDI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와 자율주행 연계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입니다. 반면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등 전통 명가들이 전동화에 집중하며 각기 다른 기술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르세데스 EQ, BMW i시리즈, 아우디 e-tron 등은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기업들은 충전 인프라 확장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ONITY와 같은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며, 전기차 사용자 경험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점은 가격 대비 성능, 빠른 제품 전환 속도, 수출 중심 전략에 있으며, 유럽은 브랜드 가치, 전통 기술력, 고급차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에서 앞서 있습니다. 양측 모두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상호 협력 및 기술 제휴 가능성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과 유럽의 친환경차 산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민간 주도의 빠른 기술 상용화와 수출 전략을, 유럽은 생태계 기반의 지속 가능성과 규제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어느 쪽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결국 두 지역의 경쟁과 협력이 글로벌 친환경차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의미합니다.